인터넷을 비롯한 수많은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의 홍수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순수 회화’란 용어는 빈 껍데기만 남은 말 같다. ‘무엇을 그릴까’라는 화두는 역사를 거치며 더 많은 레퍼런스를 거르고도 남는 그 무엇에 관한 것이어야 하겠지만 제목만 바뀐 것일 뿐 내용이며 심지어 등장 인물의 이름도 비슷한 드라마나 영화, 화성이 거의 똑 같은 여러 음악들처럼 ‘독창성’이란 ‘저작권’이란 용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에 등장하던 여러 오브제들을 변형, 재구성하여 회화, 설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고 화재로 인해 원본이 소실되고 흑백의 사진만 남아 있어 원래의 색채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카라바조(Caravaggio)의 작품을 모사하여 나의 색채를 가미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렇게 패러디한 옛 대가들의 작품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재패러디하고 변형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습관이나 패턴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천, 마스킹 테이프, 프린트, 미러지 등의 사용을 통해 물감과의 이질감 혹은 조화를 이끌어 내는 우연적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투명 미디움을 겹쳐 사용함으로써 시간의 추이를 나타내고 싶었다.
두 개의 원본을 만들어 내는 작업은 결국 어디에나 있는 원본, 하잘것없는 것들이 갖는 의미에 대한 강한 그리움의 표현이며 내 안에 무수히 담겨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동시에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나를 찾는 일, 나만의 바니타스(Vanitas) 화법에 관한 것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2020 어울즈 뷰 프로젝트 - 성장통
2020.6.8(Mon) - 7.4(Sat)
10:00~18:00 Closed on Sunday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コメント